유엔서 ‘왕따’ 당한 미국... “동맹에 실망스럽다” 엉뚱한 화풀이
안보리서 참패당하자 ‘스냅백’ 강제 추진... 외신, “미국, 사상 최악의 외교위기에 빠질 수도”
이란 무기 금수 연장 조치를 놓고 유엔에서 동맹은 물론 서방국가들로부터도 완전히 따돌림을 당한 미국이 “동맹에 실망스럽다”며 엉뚱한 화풀이에 나섰다.
미국 외교 수장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21일(현지 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요구가 동맹으로부터 거부당한 것은 미국이 국제무대에서 고립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그것은 실망스럽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왜냐하면, 개인적으로는 모든 세계 정상이나 나의 상대자들이 미국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나한테 말한다”면서 “누구도 나한테 와서 이란이 무기 체계를 갖추도록 허용하는 일을 지지한다고 한 사람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올바른 일인데, 그런데도 그들이 유엔에서 공개적으로 이란 무기 금수 연장을 지지하지 않은 것은 나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incomprehensible) 일”이라고 화풀이를 이어 갔다.
그는 이어 “유엔에서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이토록 중요한 문제를 놓고 러시아와 중국 편에 서는 것은 정말로 세계에 위험하다고 나는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 국민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항상 올바른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변했다.
앞서, 지난 14일 유엔 안보리는 미국이 이란에 대한 무기금수 조치를 무기한 연장해야 한다며 제안한 결의안을 찬성 2표, 반대 2표, 기권 11표로 부결 처리했다.
미국이 제시한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국가는 미국과 도미니카 공화국뿐이다. 러시아와 중국이 반대표를 행사했고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영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나머지 이사국들도 모두 기권해 미국에 수모를 안겼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에 관해 “미국의 결의안이 조그만 섬나라 한 곳(도미니카 공화국)의 찬성표밖에 받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라며 비꼬았다. 이란 외무부 대변인도 “유엔의 75년 역사상 미국이 이렇게 따돌림을 당한 적이 없다”면서 “미국 정권은 처절한 패배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로이터, “미국 대이란 제재 복원에 13개국 반대 의사 전달” 외교적 고립 모양새
외교적 참패에 직면한 미국은 20일, 유엔 안보리에 대이란 스냅백(제재 복원)을 공식 요청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유엔을 방문해 스냅백에 반대하는 국가를 제재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겠다고도 경고했다. 그러나 나머지 이사국들이 논의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스냅백(snapback)’은 이란 정부가 지난 2015년 미국 등과 맺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핵합의에 따라 일부 완화했던 대이란 제재를 다시 복원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그러나 미국은 국제사회가 이란과 체결한 핵협정을 2017년 일방적으로 탈퇴했다. 따라서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유럽 등 서방국가들도 미국이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이제 와서 스냅백을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보고 있다.
주요 외신들도 미국이 대이란 재재 전면 복원을 강제로 추진할 경우 유엔에서 사상 최악의 외교적인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은 연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스냅백에 반대하는 국가를 제재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엄포를 놓고 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21일(현지 시간) 미국이 유엔에 제출한 대이란 제재 복원(스냅백) 요구를 15개 이사국 중 13개국이 안보리에 반대 의사를 서한으로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대이란 무기금수 연장 요구안 부결과 같은 외교적 참패를 당한 셈이다.
로이터통신은 앞서 대이란 무기금수 연장 조치에 유일하게 찬성한 도미니카공화국만 아직 안보리에 입장을 전달하지 않았고 모든 이사국이 반대 의사를 전달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대이란 제재 복원 요구로 국제사회에서 더욱 고립된 모양새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