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경제위기, 아직 오지 않았다

제조업 타격은 이제부터 시작, 주요 수출국 코로나19 확산세 상반기 내내 이어질 듯…기업·일자리 지키기 혁신 필요한 시점

코로나19 확산으로 위축된 내수·관광 산업이 곳곳에서 신음한다. 항공·호텔·여행업계는 두 달 전부터 개점 휴업이다. 요식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줄을 잇고 있다. 지금도 위기지만, 더 큰 위기가 기다리고 있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중 제조업 비중이 큰 편이다. 제조업이 GDP에 차지하는 비중은 27%로 유사한 구조를 가진 독일 21%, 일본 20%보다 높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서비스업 의존도는 상대적으로 낮다. 한국 서비스업은 GDP의 62% 수준으로, 미국 80%, 독일 69%, 스페인 75%보다 낮다.

국제통화기금이 지난 14일 내놓은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 한국 성장률 감소가 상대적으로 낮게 전망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타격을 덜 받은 제조업이 경제 충격을 흡수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월 전체 수출은 코로나19 이슈가 없던 2019년 3월보다 0.2% 감소했을 뿐이다.

하지만, 한국 제조업을 먹여 살릴 글로벌 시장은 급격히 축소되고 있다. 중국·미국·유럽·일본 등이 한국의 주요 수출국이다. 중국이 전체 수출액 25%를 차지한다. 뒤를 잇는 미국은 13%, 유럽 12%, 일본 5% 순이다.

전체 수출 55%를 차지하는 주요 국가들은 코로나19 사태로 국가 비상상황을 이제 막 벗어나고 있거나(중국), 연일 최악으로 치닫고 있거나(미국·유럽), 이제 막 비상상황으로 걸어 들어가고(일본) 있다.

글로벌 시장의 소비 위축은 상반기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수출 성적표가 당장 4·5월은 물론, 올 해 내내 급락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그나마 1분기 한국 경제를 떠받치던 제조업이 타격을 받으면, 경기침체 위기가 본격화 한다.

지원 규모 상대적으로 작아
전세계 방역 모범 한국
일자리 지키기 혁신도 가능할까?
내주 5차 비상경제회의 논의 결과 주목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차 비상경제회의에서 “기업이 도산하는 일은 반드시 막겠다. 기업을 지키려는 특단의 선제조치로 기업을 살리고 국민들의 일자리를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호언 장담을 뒷받침 할 지원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정부가 준비한 금융·기업 지원 규모는 100조원 대다. 역대 최대라고는하지만,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 대책에 비하면 절반도 미치지 못한다.

한국 지원금 100조원은 전체 GDP의 4%수준이다. 미국과 유럽은 자국 GDP의 2배인 10%를 지원하겠다고 이미 발표했다. 주요국 국회도 재정 확대를 승인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은 “시장이 필요한 만큼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말한다. 위기의 깊이를 알 수 없으니 ‘가능한 많은 재정과 유동성을 투입해 경제를 끌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한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내놓은 지원 규모가 대통령이 장담한 수준의 대책인지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코로나19 방역에서 전 세계 귀감이 됐던 한국이, 경제 활성화 대책에서도 ‘모범적 혁신’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4·19혁명 기념사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연대와 협력으로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새로운 세계적 규범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선진국 정부 지원은 대기업 위주로 짜여있다. 최소한의 신용이 있고, 고용 규모가 큰 기업을 우선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문 대통령의 선언과는 다르게, 한국 경제 대책도 비슷한 구조다. 중소기업 대상 여신 지원 등이 대책에 열거됐지만, 대상이 협소하다. 그마저도 신용도를 따지다 보면 실제 수혜 기업은 한정적이다. 대상을 대폭 확대하고 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지원 조건으로 ‘고용 보장 약속을 받자’는 새로운 요구가 반영될 지 미지수다. 지금까진 기업만 살고 일자리는 죽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시장은 ‘정부 자금 지원=구조조정’을 공식으로 받아들인다. 기업이나 노동자의 잘못으로 수익성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닌 이상, 고통 분담 차원의 새로운 상생안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총선 국면에 진보진영이 제기한 ‘전 국민 고용보험제’ 도입도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일회성 긴급재난지원금이 일부 서비스업 충격 완화에 도움이 되겠지만, 경기 침체에 따른 일자리 축소를 사회적으로 준비하는 시스템 혁신도 필요하다.

정부와 여당은 내주 5차 비상경제 회의를 연다. 주제는 고용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별고용지원 대상 업종을 확대하고, 일자리를 유지하는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늘리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기존 대책 규모를 조금씩 확대하는 셈인데, 180석 거대 여당을 만들어준 민심이 만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