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패 후폭풍’ 침울한 통합당 “회초리 달게 받겠다”, 황교안 빠진 채 당 진로 논의
조경태 빼고 최고위원들 모두 낙선, 지도부 공백 대응 위해 커지는 ‘김종인 재등판론’
4·15 총선에서 참패한 미래통합당이 17일 침울한 분위기 속에 당 재정비에 들어갔다.
통합당은 이날 국회에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을 갖고 “국민께서 주신 회초리를 달게 받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황교안·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박형준·신세돈 공동선대위원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총선 패배 책임으로 15일 밤 황 대표가 사퇴해 급히 권한대행을 맡게 된 심재철 원내대표는 “이번 총선의 결과는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당 지도부의 한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심 원내대표 역시 지역구에서 낙선한 처지이지만 황 대표의 남은 임기가 6개월 미만인 터라 당규에 따라 대표직을 승계하게 됐다. 심 원내대표는 “(당 대표 잔여임기가) 6개월 이상일 경우 새로 구성해야 하지만 미만이기 때문에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며 “8월 말에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으니 최대한 빨리 당이 안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심 권한대행은 “국민께 집권 세력을 능가하는 유능한 대안세력이라는 믿음을 드리지 못했다”며 “보수우파로서의 가치와 품격도 놓친 측면이 있다”고 자성했다.
그는 통합당이 확보한 지역구 84석에 대해 “대한민국의 헌법 가치를 수호할 최소한의 힘”이라고 표현했다.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이 확보한 비례대표 19석에 대해서는 “여당 비례정당 더불어시민당보다 더 많은 표를 주신 뜻을 깊이 새기겠다”고 말했다.
심 권한대행은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부족한 부분을 살피고 또 살피겠다”며 “선거를 앞두고 보수통합을 급하게 이루면서 마무리하지 못했던 체질 개선도 확실히 매듭짓겠다. 재창당에 버금가는 당 쇄신작업에 매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특히 코로나 재난 이후 몰아닥칠 경제 코로나 위기에 대해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나갈 것”이라며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통합당 지도부 중 유일한 지역구 당선자인 조경태 최고위원도 “저희들이 반성하고 더욱더 분골쇄신해서 국민들께 다시 한번 더 잘하겠다”고 말했다.
통합당은 이날 선대위 해단식을 열기 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진행했다. 조 최고위원을 제외한 최고위원 전원이 선거에서 패한 터라 최고위를 다시 구성해야 하는 처지이지만, 향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릴지 전당대회를 조기에 개최할지 등 당을 재건할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현재 당 수습 방안으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은 김종인 위원장을 다시 불러와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하는 것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최고위원들은 각각 의견을 나누었지만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조 최고위원은 “빨리 당의 방향성을 가지고 수습할 수 있는 대책위를 꾸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과거처럼 비대위 체제가 길게 가면 안 될 것 같다. 당선자들 의견도 중요하지만 하루빨리 조기 전당대회를 열든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황교안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도 통화를 했다”며 “여러분과 수습대책위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심 권한대행은 향후 당 지도 체제에 대해 “어떤 식으로 하는 게 좋을지 전체적으로 살펴보고 있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