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부활 “잡탕밥 된 통합당, 정상화하겠다”

공천 반발 무소속 출마자 줄줄이 생환, 1석 아쉬운 통합당 “그분들 당 밖에 오래 두는 것 바람직하지 않아”


황교안 대표가 떠난 미래통합당에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대표가 돌아온다. 통합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뒤 거세게 반발하며 대구 수성을 무소속 출마를 감행한 홍 전 대표는 결국 독자노선으로 승기를 잡아 최후에 웃는 자가 됐다.

홍 전 대표는 38.5% 득표율로 통합당 이인선 후보(35.7%)를 꺾고 5선 고지에 올랐다. 16일 대구 수성을 지역구 사무실에서 개표 결과를 지켜보던 홍 전 대표는 당선이 확실시되자 제일 먼저 ‘통합당 복당 의사’를 밝혔다.

“우리 당(통합당)이 참패한 것에 대해서 참 안타깝다”며 말문을 연 홍 전 대표는 “조속히 당으로 돌아가서 당을 정상화시키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통합당 당권 도전 여부에 대해 “저는 당 대표를 2번이나 했다. 때문에 굳이 당권을 잡을 생각은 없다”면서도 “우리 당이 정체성도 잃어버리고 잡탕밥이 돼 버렸다. 제대로 보수 우파의 이념과 가치를 가지는 정당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의지를 보였다.

홍 전 대표는 “제가 25년을 경험한 정치판은 머릿수가 많다고 밀리는 게 아니다. 제대로 된 전사들만 스크럼을 짜면 (여권에) 대적할 수 있다고 본다”며 “밀려서도 안 되고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대로 보수 우파 입지를 다지는 정당으로 만들겠다. 보수 우파 이념과 정체성을 잡고 2022년 정권을 가져올 수 있도록 다시 시작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홍 전 대표는 줄곧 자신의 컷오프(공천 탈락) 이유를 황교안 대표가 대권 경쟁자인 자신을 견제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는 황 대표를 겨냥 “나는 야비한 쫄보정치를 하지 않는다”며 “살아서 당에 돌아가겠다”는 날 선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당선증을 안은 홍 전 대표는 이날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오후 8시 지역구에서 자축공연을 할 것”이라고 알렸다.

홍 전 대표처럼 통합당에서 컷오프의 쓰라림을 딛고 활기를 되찾은 무소속 당선인은 총 4명에 달한다.

김태호(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3선), 윤상현(인천 동구·미추홀을, 4선), 권성동(강원 강릉, 4선) 후보가 줄줄이 생환했다. 이들은 모두 무소속 출마를 선언할 당시 ‘반드시 살아서’ 통합당으로 돌아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당선 직후에도 이들은 “빠른 시일 내 당으로 돌아가 새로운 혁신을 요구하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따르고 정권 창출의 중심에 서겠다(김태호)”, “야권 대통합의 새로운 동력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윤상현)”, “문재인 정권 폭주를 막기 위한 역할을 하기 위해 통합당 원내대표에 도전하겠다(권성동)”며 복당 의사를 피력했다.

모두 3선 이상의 중진 의원인 무소속 군단 4명이 통합당에 복당한다면 21대 총선 참패로 황교안 대표, 심재철 원내대표 등 당내 중량감 있는 인사들을 한꺼번에 잃은 통합당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공천 갈등이 정점에 치닫던 시기 황 대표가 “당헌·당규를 개정해서라도 무소속 출마자의 영구 입당(복당)을 불허하겠다”며 무소속 출마자를 돕는 당원들까지도 해당 행위로 중징계하겠다고 엄포했지만, 황 대표는 이미 전날 총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당을 떠났다.

이런 상황에 지역구 253석 중 84석을 얻는 데 그쳐 의석 한 석이 아쉬운 통합당은 무소속 당선인들을 마냥 내치기 어려운 처지이다. 때문에 당 내에서도 무소속 의원들을 재빨리 복당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주호영(대구 수성갑)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 이상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그분(무소속 출마자)들도 통합당의 소중한 자산들이고 당 지도급 인사들”이라며 “우리 당원들의 의사를 거쳐서 결정한 문제이지만 당 밖에 오래 두는 것은 우리 당의 통합 전략을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송언석(경북 김천) 의원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통합당을 만들었을 때 중도와 보수를 아우르는 전체 통합을 하자고 얘기했지 않았나. 그 정신은 지금도 유효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생각을 한다”며 복당 승인 주장에 힘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