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러시아군의 행위를 '제노사이드(genocide·집단학살)'로 규정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12일 아이오와주를 방문해 유가 안정 방안에 관해 연설하면서 "여러분의 가족 살림살이, 기름통을 채워 넣을 능력, 이런 것들이 독재자 한 명이 선전포고를 하고 지구 반대편에서 제노사이드를 저지르는지에 결정돼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연설 뒤에도 '제노사이드' 발언을 재확인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지 취재진과 수행기자들에게 "푸틴이 우크라이나인으로서의 생각 자체를 말살하려 시도하고 있다는 게 점점 분명해지고 있기 때문에 나는 이것을 제노사이드라고 부른다"며 "증거가 쌓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제노사이드는 특정 국민과 민족, 인종, 종교, 정치 집단의 전체 또는 일부를 절멸시킬 목적으로 행하는 폭력을 뜻합니다.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다루는 4대 범죄에 인도에 반한 죄, 전쟁 범죄, 침략 범죄와 함께 제노사이드가 들어갑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전범'이라고 몇차례 지칭했으나, '제노사이드'라는 단어를 공개 석상에서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12일) 기자들에게 "나에게는 (제노사이드로) 확실하게 보인다"면서도 "(러시아군의) 파괴행위에 대해 갈수록 더 알게 될 것이고 그게 (제노사이드에) 해당하는지는 법률가들이 국제적으로 결정하도록 하자"고 덧붙였습니다.
■ 젤렌스키, 바이든 발언 환영
바이든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감사를 표시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집단학살' 언급이 "참된 지도자의 참된 말"이라고 이날(12일) 트위터에 적고, "악에 맞서려면 그 명칭을 불러주는 게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서 "우리는 지금까지 진행된 미국의 원조에 감사한다"고 밝힌 뒤 "러시아의 잔학 행위 확대를 막을 중화기가
시급하게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 정부는 조만간 7억 5천만 달러 규모 우크라이나 추가 군사 원조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러시아 국방부 "우크라이나 해병 1천여명 항복"
이런 가운데, 격전지인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우크라이나 군인 1천명 이상이 항복했다고 러시아 국방부가 13일 주장했습니다.
이고르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마리우폴의) 일리치 제철단지 구역에서 도네츠크인민공화국 군대(친러시아 반군)와 러시아군의 성공적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제36해병여단 소속 장병 1천26명이 자발적으로 무기를 내려놓고 포로가 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어서 "항복한 인원 중에는 장교 162명과 여군 47명이 포함됐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부상자 151명은 현장에서 치료받고 마리우폴 시립병원으로 이송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러시아 매체들은 전날(12일) 마리우폴 일리치 제철단지에서 해병들이 손을 들고 걷고 있는 모습을 보도했습니다.
우크라이나군 제36 해병여단은 지난 11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탄약이 바닥나고 있어 오늘이 아마도 마지막 전투가 될 것 같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 우크라이나 당국 부인
하지만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 국방부 발표를 부인했습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날(13일) "항복에 대한 정보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올렉시 아리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전날(12일) 페이스북에 "제36해병여단 수백명이 러시아군 포위에 벗어나 아조우 연대에 합류하는 특수작전이 성공적으로 수행됐다"고 적고, 오히려 "전반적으로 마리우폴 방어가 강화됐다"고 덧붙였습니다.
마리우폴은 러시아군에 포위돼 도시 기반시설이 90% 이상 파괴됐습니다.
포위망을 점진적으로 좁혀온 러시아군이 최근 시내 주요 거점지역까지 일부 장악하기 시작하면서, 우크라이나군은 남서쪽 항만 지역과 동쪽 아조우스탈 일대에서 저항을 벌여왔습니다.
러시아가 마리우폴을 완전히 장악하면, 지난 2014년 강제병합한 크름반도(크림반도)와 동부 돈바스 지역 연결하는 전략 요충지를 점령하게
됩니다.
돈바스에는 친러시아 세력이 수립한 '루한시크인민공화국(LPR)'과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 '반역 혐의' 푸틴 측근 체포
우크라이나 당국은 또한, 친러시아 성향의 야당 지도자 빅토르 메드베드추크를 체포했다고 12일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은 위험한 특수 작전 끝에 메드베드추크를 체포해 구금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메드베드추크가 수갑을 차고 있는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공개했습니다. 메드베드추크는 붙잡힐 당시 우크라이나군 전투복을 입고 변장한 상태였다고 당국은 설명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보안국이 특별 작전을 잘 수행했다"며 "세부 사항은 추후 공개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몇 시간 뒤 젤렌스키 대통령은 포로 교환도 제안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영상 연설을 통해 "메드베드추크와 러시아에 포로로 잡혀있는 우크라이나인들을 교환하는 것을 러시아 연방에 제안한다"고 말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야당 '삶을 위한' 당 대표인 메드베드추크는 현지 정치권에서 대표적인 친러 인사로 꼽힙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메드베드추크 딸의 대부일 정도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메드베드추크는 지난해 반역 혐의로 가택 연금됐으나,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전면 침공한 직후 탈주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