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군사행동 축소 즉각 실시"...푸틴-젤렌스키 담판 시간표 작성

러시아 당국이 우크라이나 북부에서 군사 행동을 대폭 축소하겠다고 29일 밝혔습니다.

알렉산드르 포민 러시아 국방차관은 이날 터키 이스탄불에서 진행된 우크라이나와의 정전협상 5차 회담에 참가한 뒤 "협상에 실질적인 진전이 있었다"며, 이같은 내용을 취재진에 브리핑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와 인근 북동부 접경지 체르니히우에서 군사행동을 "급격하게 줄일 방침"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조치는 "상호 신뢰를 증진하고 향후 추가 협상의 올바른 방향을 끌어내 우크라이나와 평화협정을 맺는다는 최종 목표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서 군사 활동 축소 방침은 "즉각 실시된다"고 밝히고, 모스크바에 돌아가는 대로 후속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군의 포위 작전으로 민간인 피해가 커지고 있는 마리우폴 등 우크라이나 남부와 그밖의 지역에 관해서는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 정상 회담 가능성

러시아 대표단을 이끄는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 보좌관은 이날 협상이 "건설적이었다"고 평가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직접 만날 수도 있어, 구체적인 시간표 작성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정상회담의 형식은 러시아-우크라이나 1대1이 될 수도 있고, 관련국이 동참하는 다자 회담도 가능하기 때문에 간단치 않은 사안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메딘스키 보좌관은 "러시아는 분쟁 완화를 위해 우크라이나에 '두 발' 양보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이날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측으로부터 잘 정리된 입장을 전달받았다"며, '중립적이고 비동맹적인 지위'와 '비핵보유국 지위' 추구를 확인하는 문서를 수령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우크라이나가 유럽연합(EU)에 가입하는데, 러시아가 반대하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도 문서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메딘스키 보좌관은 이런 내용을 "그대로 푸틴 대통령에게 보고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제3국 관여' 안전보장 요구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포기하는 대신, 제3국이 관여하는 안전 보장을 러시아에 요구했다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 대표단의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실 고문은 이날 "러시아에 새로운 안전 보장 체재를 제안했다"고 취재진에 설명하고,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안전이 보장된다면 중립국 지위를 채택하는 데 동의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어서 "중립국 지위를 받아들인 뒤에는 우크라이나 영토에 외국 군사기지를 유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포돌랴크 고문은 다만 "러시아와 최종 협정이 발효되려면 우크라이나 영토 전체에 완전한 평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이를 승인할 "국민투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같은 안전 보장 체재에 관여할 제3국에 관해 "터키를 잠재적 안전 보장국 중 하나로 보고 있다"며 "이스라엘, 폴란드, 캐나다 등도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 영토 문제 해결 방향 관심

지난 2014년 러시아가 강제병합한 크름반도(크림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향후 15년간 크름의 지위에 대해 러시아와 협의할 것을 제안했다"고 포돌랴크 고문은 말했습니다.

이에 관해 "(러시아의) 공식 답변을 기다리는" 단계가 됐다며 "양국 대통령들이 만나 회담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진전이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장악한 돈바스 지역 처리 문제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포돌랴크 고문은 이날 약 4시간 동안 진행된 회담 도중 소셜미디어에 현장 사진을 올리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를 위한 무조건적 안전보장, 휴전, 인도주의 통로와 인도주의적 호송에 효과적 결정, 전쟁 규범과 관례에 대한 양측의 준수 등 우리나라의 평화를 위한 어려운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적었습니다.


이번 5차 회담은 다음 날인 30일까지 이틀 간 열릴 것으로 공지됐었지만, 후속 일정은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 대표단은 이날(29일) 오후 귀국 길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날 구체적인 타협안이 도출됐고, 예정했던 일정을 모두 채울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지난달 24일 개전 이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같은 달 28일과 이달 3일, 7일에 벨라루스에서 고위급 대표단 간 회담을 진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민간인 대피를 위한 '인도주의 통로' 개설 등에 합의했으나, 정전 요건 핵심 사안에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습니다.

이어서 10일에는 터키에서 외무장관 회담을 진행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고, 지난 14일부터 화상으로 대표단 간 4차 회담을 진행했습니다.

■ '젤렌스키 암살단' 체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암살하려던 러시아의 시도가 또 다시 실패했다고 28일 우크라이나 주요 매체들이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크이우 포스트는 이날 러시아 비밀경호국이 이끄는 암살단원 25명이 슬로바키아와 헝가리 국경 근처에서 우크라이나 측에 체포됐다고 전했습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최근 러시아 민간군사기업 '바그너그룹' 소속 용병들이 우크라이나에 진입하는 것을 경고해왔습니다.

바그너 용병들은 지난 2월에도 젤렌스키 대통령 살해 목적으로 아프리카에서 입국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보도된 바 있습니다.

크를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장은 "러시아 용병들이 젤렌스키 대통령 외에 데니스 쉬미할 총리, 안드리 예르막 대통령실장 등을 노리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